하하 호호
울진 2번째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하눌주택의 5년 전 프로젝트인 'ㅁ집' 건축주의 소개전화를 받았을때 부터 시작되었다. 자신의 친구에게 집을 지어준 회사를 소개해 준다는 것은 건축회사의 신뢰가 없으면 선뜻 하기 힘든 결정이 아닌가. 그 마음을 알기 때문에 '건축주 소개'라는 감사함과 책임감이 가슴속에 무겁게 자리 잡았다. 그렇게 소개받은 건축주를 만나러 가는 날, 나는 마치 미켈란젤로의 미완성 조각상 마무리를 맡게 된 제자의 표정이 어땟을지 알 것 같았다. 아마 설렘과 진지함이 공존한 표정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현장에 방문한 그 날의 울진은 지금 생각해도 살을 애는듯한 추운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땅을 본 나는 이마에 맺힌 식은 땀을 감추지 못하였다. 경사지에 있는 데다가 계획도로로 인해 대각선으로 반토막 난 땅은 비좁고 형태가 일그러져 있어 집을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0^"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고민 하던 나의 등 뒤에서 건축주의 인사 소리가 들렸다. 밝은 미소를 가진 그의 얼굴을 본 순간 심각했던 나의 심정과 경직된 나의 표정은 사리지고 순간 영감이 떠올랐다. 그렇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하하호호'로 정했졌다.
현장을 둘러보고 돌아온 사무실, 나는 비좁고 형태가 일그러진 문제의 땅부터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토목공사가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는 이 상황에서 최대한 땅을 넓게 사용할 수 있는 대안들을 여럿 만들어 보았고, 그중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았다. 그 당시 내가 찾은 방법은 지금도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건축주의 바램대로 '1층엔 부모님께서 지내시고, 저희들은 2층에서 지내고 싶어요.'라는 간단한 요구조건을 땅의 제한 때문에 맞추기가 쉽지는 않았다. 아마 그 당시의 나는 '소개받은 프로젝트'라는 책임감과 설계자로서 작품을 만들어내겠다는 마음이 앞섰고, 나만의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마당을 감싸는 중정이라든지, 잡지에 실릴 만큼 멋들어진 주방이라든지...그런 것들을 담아 내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고민하였다.
아내와 부모님도 함께 진행한 1차 미팅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순조롭게 진행되지만, 나의 고민들이 무색하게 가장 단순한 디자인이었던 '기본안'으로 진행하자는 건축주의 멘트로 마무리되었다. 그때 당시에는 다른 대안이 아닌 가장 기본 대안을 고른 건축주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에 와 돌이켜 보니 건축주가 고른 그 대안은 그의 가족들 모두가 익숙하면서 함께 편한하게 지낼 수 있는 가장 '가족을 위한' 현명한 대안이었다.
공사까지 잘 마무리된 지금, 처음 만났을때 이름 지어진 '하하호호'에서 온가족 모두 하하호호하며 행복한 삶을 보내시길 꿈 꿔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