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소소'는 울진의 3번째 프로젝트로, 소개로 인연이 된 두 번째 프로젝트의 또다른 소개로 진행하게 되었다. 세 프로젝트 모두 울진 안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었지만 대지의 상황은 완전하게 달랐고 건축주의 성향도 달랐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 또한 이전의 프로젝트와 연계성 보다는 건축주만의 이야기를 듣는데 집중해야 했다.
처음 현장에 도착해 땅을 본 나의 마음속에는 '드디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이전의 어려웠던 땅들과는 다르게 오히려 너무 넓어 분할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땅의 제약들은 집을 설계하는데 있어 많은 재미와 가치를 만들어내기는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건축주의 이야기에 집중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설계 중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건축주와 진행하는 첫 미팅 때 있었던 일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향과 뷰, 그리고 동선을 분석하고 건축주분에게 브리핑했다. 나의 치밀한 분석에 대한 보상을 바래서였는지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건축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의 기대와는 다르게 표정이 썩 밝지 않았다. 건축주의 말로는 옆 땅 경계에 꽤나 큰 닭장이 있는데 그 닭장에서 최대한 멀리 배치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쓰러져가는 닭장이 언제까지 존치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배치 요소 중에 배제하였던 나의 판단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향, 뷰, 동선 그리고 닭장을 포함한 최적의 배치를 찾게 되었다.
시시소소'라는 이름은 'ㅅ' 형태의 박공지붕이 많은 외형에서 나오기도 했지만 놀이터의 '시소'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시소는 재미있는 놀이기구다. 하지만 그것을 즐기기 위해서는 양쪽의 서로가 제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고 서로의 즐거움을 위해 각자 배려를 해야 한다. 설계를 진행하면서 느낀 건축주의 가족은 마치 그런 시소 같았다.
즐겁게, 그리고 함께 '시시소소'에서 가족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시길 바라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