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언덕 끝자락에 작은 산이 있다. 그 아래 짙은 색의 거친 담장과 주차박스가 놓여 있고, 그 위로 부드러우면서도 웅장한 하얀 집이 얹혀 있다. 마치 유연하고 새하얀 흰고래를 연상케 한다.“
공사중인 현장을 본 어느 주민분이 벨루가를 보며 했던 말이다.
더불어 어떻게 집에 창문이 하나도 없는지, 내부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특이하기도하고 흥미로워하며 저절로 생기는 호기심에 질문이 이어졌고, 간단하면서 명료하게 대답했다.
”지금 도로에서 보고 있는 방향이 다행히 북서쪽이라 햇빛이 잘 들지 않기도 하고, 도로의 소음도 막으면서 주변 시선들도 차단하고 싶어서 과감하게 다 막았어요. 반대로 안쪽은 남동쪽으로 넓은 마당이 있고 집안에 거실이나 방들은 모두 마당을 바라보고 남동향을 잘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젊은 건축주 부부가 멋지고 특색 있는 집을 원한다는 말과 함께 프라이버시를 최우선으로 생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주택단지에 집을 짓고자 하는 예비건축주들 대부분이 같은 말을 한다. 예전부터 많이 봤던 주택들은 남쪽으로 넓은 마당을 두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개방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살았다면, 현재는 조금 답답할지라도 옆집, 앞집 심지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집 담장을 넘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남향과 넓은 마당을 확보하고 싶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바람이다. 그렇기에 변화하는 시대와 건축주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많은 것을 충족하기 위한 고민과 타협이 필요하다.
벨루가는 대지의 조건과 법규를 적절히 활용하여 프라이버시를 단단히 지키면서도 남향과 넓은 마당까지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주택이다. 외관은 높고 꽉 막혀 있어 차갑고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곡면 디자인을 활용하여 유연하면서 부드러운 하얀 고래를 닮은 집이 되었다.
